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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ID는 강남 미인!' 페미니즘이 수아를 포괄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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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키비토 2017. 6. 12.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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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ID는 강남 미인!'은 '못생긴 얼굴' 때문에 차별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여성인, 미래(주인공)가 자신의 예상과 달리 성형을 하고나서도 여전히 겪게 되는 여성차별을 그린 웹툰이다. (아직 연재 중이다! 보세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강남 미인’으로 설명하는 이 웹툰의 제목은 사회가 부과하는 여성의 얼굴에 관한 딜레마를 드러낸다. 외모로 차별 일상적으로 멸시당하는 여성이 성형을 한단 것은 여성의 외모를 둘러싼 평가나 차별에 저항하기보단 부합하는 일종의 노력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그렇게 "잘 보이려" 노력한 결과로 듣게 되는 말은 강남 미인, 혹은 때로 성괴(성괴)라고도 불리는 또 다른 멸칭이다. 이 제목은 미래가 여전히 그냥 예쁜 여자가 아니라 강남 미인으로 또 다시 규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새로운 멸칭(강남 미인)이 미래의 아이덴티티로 작동하고 있음은 여러 화에 걸쳐 자주 보여지지만 특히 6화는 강남 미인의 의미를 정확히 드러낸다. 어떤 남자 선배가 미래에게 들이대다가 다른 더 이쁜 여자(수아)랑 잘 해보려다 안 되니까 미래의 얼굴에 관해 ‘강남에 가면 널린 년’이라고 칭하며 미래를 폭행한다. 그녀는 노력 끝에 더 이상 ‘못생긴년’이 아니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녀는 너무도 쉽게 얼굴로 자신의 모든 것을 규정당한다. 따라서 그녀는 원하지도 않는 그는 그녀를 택하고, 그에게 더 예쁜 사람이 나타날 경우, 그녀는 신속하고 극적으로 무시 그리고 버림 당한다. 미래는 물론 “만화니까” 그 선배에게 무력으로 반항하고 도망치는 걸 성공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건 정말 현실성이 제로에 가깝다. 보통 폭행을 당하면 당황해 더욱 무력화되기 십상이다.


작가는 초보적인 장치지만 미래를 향수에 관심이 있고 후각이 민감한 캐릭터로 만들어 시각적인 것에 배치되는 혹은 시각적인 것과 무관한 감각을 보다 유의미한 그리고 보다 진실된 영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진실의 영역을 대표하는 자는 나혜성이다. 나혜성은 향수 잡지와 회사 사장이다. 미래는 나혜성을 존경한다. 작가는 초보적인 장치지만 미래를 향수에 관심이 있고 후각이 민감한 캐릭터로 만들어 시각적인 것에 배치되는 혹은 시각적인 것과 무관한 감각을 보다 유의미한 그리고 보다 진실된 영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14화에서 나혜성은 “향수의 아름다움이 진실된 이유는 향기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작가는 미래가 존경하는 나혜성의 인생을 통해 이러한 여성을 예쁜 것 혹은 예쁘지 않는 것으로 구분하는 잣대가 뭇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예쁜 여성에게도 마찬가지로 폭력적으로 행사됨을 보여준다. 나혜성은 타고날 때부터 예뻤고 재능 있었으며, 경제적 능력이 있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다. 남편은 그녀의 경제 활동을 금지했으며 폭행했고 자신이 가장 중요시했던 후각을 잃었다.


등장인물들은 대학 생활을 하면서 자주 접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문제시 되었던 전형적 여성혐오 사건들을 경험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비판하며 한 걸음씩 넘어선다. 예컨대, 35화에서는 남자 선배들이 술자리에서 여자 후배에게 너는 어디를 고쳐라, 살을 빼라, 등등 품평하고 학교 주점에서 성적인 걸 강조하는 의상 강요하는 상황에서 여성 후배 한 명이 들이 받는 걸 (?) 시작으로 강고한 여성 연대 구축하고 파업..읍ㅇㅂ.. 해서 페미니즘 참교육 시킨다. 경험을 미뤄 생각해보면 ‘네 선의와 무관한 폭력은 성립 가능하단다.’수준의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성희롱하고 외모 품평하는 남성들이 이해할 리가 없다. 특히 회색 아기 고양이 도경석이 미래 몸 (미래는 얼굴은 못났지만 몸매는 좋은 것으로 설정)을 성희롱하는 남학생 얼굴 죽빵 날리는 편(57화)도 있다. 현실적인 문제와 비현실적으로 긍정적인 해결이 반복된다. 


전형성과 현실과는 조금 거리 있을 것 같은 사이다감, 즉 통쾌함이 반복되는 기본 전개에 조금 지루함을 느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많은 독자들은 이 작품을 즐거이 보고 있는 듯 하다. 이 웹툰의 강점은 캐릭터 설정이기 때문이다. 강남 미인과 대비되는 자연 미인 즉 수아를 메인 캐릭터 중 하나로 설정했단 점에 있다. 수아는 그간 이해받을 수 없는 일만 반복하는 캐릭터로 묘사되다가 가장 최근화 58화에 와서야 입체성을 갖게 되었다. 수아는 “자연스럽게” 예쁘다. 겉으론 모든 노력을 안 하는 척 하는 얌체캐릭터인데, 단적으로는 “어렸을 적부터 마른 게 콤플렉스”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먹고 토하는 섭식장애에 시달리고 있고, 강박적으로 체중계에 올라간다. 미래를 좋아하는 모든 남자들에게 자기는 관심도 없으면서 접근해 관계 방해한다. 둘이 있을 땐 미래 성형한 거 비난하면서 여럿이서 있을 땐 친한 척한다. 아 전형적인 브로큰 걸 이다. 


여성의 외모와 관련한 삶은 총 4번 구체화되는데 대체로 회상으로 보여주는 ‘미래’의 과거- 못생긴 여성, ‘미래’의 현재 - 성형한 여성, 나혜성 - 예쁜 여성, 수아 - 예뻐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여성. 총 네 명의 불행함을 이 웹툰은 표현한다. 다들 불안정하며, 외모란 잣대에 휩쓸리고 있다. 주인공인 미래조차 단호히 결의해 여성에게 부과되는 외모란 사회적 잣대에 전면적으로 저항하기보단, 방황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이다. 


지금은 댓글에서 수아가 엄청 욕 먹고 있고 ‘여적여네 흉자네 개념녀네’ 여러 소리 듣고 있지만 아마도 작가님이 보다 튼튼하고 신뢰가는 여성연대 구축을 위한 떡밥을 던진 것이 아닐까 희망 짐작해본다. 물론 저런 짓을 페미니스트입네 하는 사람이 하면 비판 받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쁘든 안 이쁘든 지가 예쁘다고 굳게 믿고서 외모 강박 심한 건 자기도 남도 망치는 일이니까. 하지만 수아 너무 불쌍하다. 상호 존중하는 관계를 위해서라면 동정심은 함부로 지닐 감정이 아니겠지만. 저 댓글에 따르면 미친짓 하는 수아도 역시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라고 독자들에게 이해받았으면 한다. 작가가 "망가진" 수아의 삶 역시도 페미니즘 안에서 풀어낼 수 있었으면 한다. 수아와 같은 이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6화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 
14화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
35화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 
57화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
58화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