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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 말고 영지

by 알키비토 2020. 7. 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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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필터로 자신의 인중에 콧수염 올리는 걸 빼먹지 않고 연장한 손톱을 연신 자랑하며 손 부채질하거나 물건을 집지도 못하는 존재는 이영지다.

여성의 신체에 기입되는 콧수염의 의미는 언제나 성별간 신체적 차이의 피상성을 폭로하는 식의 전복인 동시에 여-남으로 양분화된 신체 사이의 불화에서 비롯한 자기 희화화이기도 했다. Jules et Jim 의 Jeanne Moreau 가 있었고, 자신에게 콧수염은 곧 삼손의 머리카락 같다는 박나래가 있었다. https://sports.v.daum.net/v/20170620210842019?f=p 콧수염은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리거나 붙여지지 않는다. 콧수염은 필터로 얹어진다. 지우거나 떼어낼 필요가 없다. 탈부착은 더욱 용이해진다.

손톱은 한국사회에서도 젠더적이고 나이적인 (반)차별의 격전지가 됐다. "남자가 무슨 네일아트냐"고 묻는 교사부터, https://news.joins.com/article/23481452 중학생들 사이 유행이 연장손톱임을 인정/용인(?)해야 한다는 오은영 쌤까지. https://m.cafe.daum.net/subdued20club/ReHf/2795203?svc=topRank 미국에서도 손톱은 연장될 수 있는 자신의 말단이자 잘려나가지 않았을 때의 야생성 획득이란 독특한 함의를 지닌다. https://youtu.be/WAo8X-rIt8k 이영지는 이 둘(콧수염과 연장손톱)을 모두 자신의 신체에 자연스럽게 접목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색으로 반사되는 아저씨나 쓸 법한 스포츠 썬그라스를 코에 얹고 머리는 네온 걸러에 옷은 루즈핏 츄리닝이라 빌리 아일리쉬를 연상시키는데, 걸음걸이는 그 자체만으로 "사짜" 반항 연출만하는 쇼미더머니 최종 우승자인 YG의 '바비'따위 단숨에 압도한다. https://youtu.be/LRfe-3Elbyw 다이나믹 듀오라는 "대선배"를 강력하고 시원한 랩핑으로 단숨에 퇴물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https://youtu.be/rsjNk5uqr88 이영지란 존재는 모범적으로 탈코한 게 전부인 단순 전복의 슬릭이나, 아직도 다섯살배기처럼 앵앵거리는 재키와이 등의 기존의 여성 랩퍼와 견줄 때 더욱 돋보인다.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강의와 라방을 전전하는 이영지. 전역한 아저씨도 누나라 부르는 외숙모 재질의 아직 민짜(미성년자) 이영지. 나이도 젠더도 개성으로 무화시키는 최고의 엉망진창 이영지. 누가 자길 남과 견주거나, 겸손하게 굴어도 끌어내리려고 할 때 배짱 부리는 비기 말고 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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