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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트

by 알키비토 2020. 7. 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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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우리 오빠.

거친 입덕 부정기를 동반한, 싫어하면서 찾아듣는 관심주기는 “1일 n깡”에서 정점을 찍은 가히 대세적인 팬덤 형식이자 20대들이 미스터트롯발 트롯맨을 소비하는 방식 중 하나인 것 같다. 미사리 무인텔이 떠오르는 노골적인 가사와 효나 호방함을 강조하는 통속적이고 반복되는 테마는 애매하게 힙한 것보다 훨 재밌고 무엇보다 놀리기 좋다… ㅋㅋㅋ 한 달 정도 인스타와 트위터에서 영탁이 팬 계정들 쫙 팔로우 하고, 매일 팔로업을 했는데, 관찰한 결과 이런 “까면서 빠는” 형식이 주류적이었다. ㅋㅋ 반면, 소수의 경우 아이돌을 소비하는 방식 그대로 대상을 영탁으로 옮겨온 경우가 있는데, whitewashed 되고 뽀샵을 너무 해서 주름이 하나도 없는 사진을 대량으로 포스팅하면서 별명도 아이돌에게 으레 붙여주는 탁깅이(영’탁’과 애’깅’의 합성어)… 왜..왜지.. 진짜 이해할 수 없다. 그냥 애써 주름 사진 편집해서 지우지 말고 주름 없는 탱탱한 애들 좋아해 .. 뭔 마흔이 애기야.. 



2. '미스터트롯'의 의도와는 아마도 무관하게 트롯맨 활동의 시청자들이 재밌다고 느끼는 건 “집안에는 없는” 아양 떨고 관심받기 위해 서슴없이 벗는 성인 남성이다. 장민호는 라디오스타에서, 자신이 트로트 전향 후 폭망한 뒤에 어떤 어머니께 “집에 없는 (정갈하고 깔끔한 예의를 갖추는) 걸 원한다”는 지적을 받은 적 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어딜가서 내가 마흔 넷 아재(장민호)가 아무리 선배라지만 자기보다 어린 여자(장윤정) 앉혀두고 “남자니 미소 한 번 건네고~ 남자니 한 번쯤은 튕기고”를 부르는 걸 보겠나. https://www.youtube.com/watch?v=KFVOXsOoBoI&t=136s 영탁이도 마찬가지로 자신보다 어린 여성인 홍진영 눈치보면서 노래 맞춰 부르고, "요염"하게 춤춘다. https://www.youtube.com/watch?v=WL00mcYn2rk 미스터트롯 이후 바로 편성된 '사랑의 콜센터'도 결국 대체로 여성인 시청자 목소리만 듣고 유사 연애로 https://www.youtube.com/watch?v=f_PVBKunqnY 비위 맞춰주고 불러달란 노래 불러주기. 새침하고 잡힐듯 한데 잘 도망가는 끼쟁이 남자에 환장하는 나로서는.. 꽥… 영탁이가 판타지 기입에 더 할 나위 없는 이미지이다.

 



3. 트롯맨들이 노골적으로 소비된단 지적은 미스터트롯이 끝나고 자기복제식 종편 예능에 전격 배치된 직후부터 제기됐는데, http://www.entermedi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018 
 이는 성공을 기획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란 특성상 그리고 새로운 경연 프로를 진행하거나, 행사를 수입원으로 삼기 극히 어려운 코로나 시대란 조건상 예정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미스터 트롯’의 획기적인 방식이었을지 몰라도 (내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분석할 적격자는 아닌 게 안타깝게도 서바이벌 프로를 정주행은커녕 단 한 회도 다 본 적이 없다. ‘미스터트롯’이 처음;;) 이 방송은 결승 진출자들의 그룹 활동을 전제하고, 이들을 1년 6개월 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와 경연 시작부터 동행했다. 사실 이 매니지먼트의 역할은 경연 이후 결승진출자들의 향후 활동을 관리하는 거지만, 그들이 어떻게 경연 이후 굴려서 돈 벌지를 결정하고 계획하는 입장에서 그들이 누구일지에 대해 아무 생각도 영향도 없었다면 그건 그냥 멍청한 기획일 것이다. (시청자 투표를 받는 건 참가자들의 화제성과 인기를 가늠하기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식이기도 하니까) 투표 조작 미련하고 기만적인 불법행위이지만, 얼마든지 추후의 수익성을 고려해 편항적으로 편집, 제작, 기획은 가능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 


4. 하여간 단순히 생각해봐도 하루에 영탁이만 방송에 세 편씩 출연하고 광고까지 (몇 개야 화장품, 슈퍼콘, 광동 헛개수, 뭔.. 비타민 쩰리, 아파트 등등) 찍는데, 이건 너무 착취적이다. '미스트롯' 송가인이 "링거 투혼을 벌이고 있다"며 열정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로 언론은 읽는데, 몇몇은 이게 충분히 방지/완화 가능한 반인권적 구조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무리 그 성공을 십오년 간 기다려온, 준비된 가수가 (실재와 굳이 구분되지 않는)컨셉이라고 해도 이런 착취적 구조는 섬뜩하기만하다. 오히려 이러한 이미지를 방송사나 매니지먼트회사는 가학적인 벌칙을 트롯맨에게 주고, 이를 수행하지 못할 시 “초심을 잃은 것”이라며 협박적으로 이용한다. https://youtu.be/3gu8G5rNSG 이런 수익 구조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노동 과정에서의 노동자가 받아야할 법적 보호를 못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왜 매니지먼트나 이런 엔터테이먼트 사업이 노동법을 비롯해 법적 구조 안에 잘 포섭이 안 되는 것 같은지 여러 추측은 하지만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산업 규모가 커지고 영향력도 확대된만큼 좀 규제를 하거나, 최소/최대 한계를 정해야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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