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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서구 문명은 왜 마녀를 필요로 했는가’ (주경철 저, 생각의 힘) 발췌 (1)

by 알키비토 2016. 9. 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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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서구 문명은 왜 마녀를 필요로 했는가’ (주경철 저, 생각의 힘) 발췌본입니다. 

오랜기간동안 굉장한 흥미를 느꼈던 분야인 마녀에 관해 주경철 교수님이 잘 정리한 비교적 최근에 낸 책입니다. 책 자체가 여러 부분에서 매우 좋아 거의 발췌를 했습니다. 중요한 문장이라 생각하거나, 제가 평소에 잘 쓰지 않거나 모르거나 맞춤법을 헷갈리는 단어는 볼드처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내용을 외우거나, 국어 능력을 함양하고, 요약 능력을 훈련하기 위함입니다. 

혹시 저작권상 문제가 된다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마녀사냥은 유럽사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현상 중 하나다.

이성의 빛, 세계의 진보를 거론하던 그 시기에 유럽 문명 내부에서 왜 그런 참혹한 일들이 일어난 것일까?


흔히 마녀사냥을 중세 현상으로 오해하지만 사실은 근대 초에 정점을 이루었던 사건이다.

르네상스 이후 찬란한 문화의 빛이 되살아나고, 과학혁명과 계몽철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유럽이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게 될 바로 그 시대에 그와 같은 몽매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근대 유럽의 긍정적인 측면과 마녀사냥은 전혀 별개의 현상인가?

그렇지 않다. 마녀사냥은 유럽 문명 발전의 궤적에서 한때 잠깐 일탈했던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문명의 내부에서 필연적으로 자라나온 현상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근대 유럽에서는 선과 악, 정의와 불의, 신성과 마성 등이 함께 규정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유럽 문명은 마녀를 필요로 했다.


최고의 선을 확립하고 지키기 위해 최악의 존재를 발명해야 했던 것이다.


지극히 엄격한 기준을 세운 후 이를 어기는 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권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동원하는 방식으로 진리를 수호하려 한다는 점에서 마녀사냥은 분명 서구 근대성의 측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녀 현상은 장구한 연원을 가지고 복잡한 진화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근대 마녀는 고대와 중세 이래 지속되어온 마술과 연관되어 있다. 마술 (magic) 기독교 이전, 혹은 기독교와 별개로 강고하게 존속. 교회나 국가기구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일반 민중들의 삶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므로 용인하고 넘어가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유럽 사회는 서서히 이런 느슨한 태도를 버리고 특이한 방식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각종 마술을 마법(witchcraft)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카테고리로 파악하고 억압하기 시작했다. 단지 알 수 없는 기이한 힘 정도가 아니라,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탄 및 그 수하인 악마들과 연관된 사악한 힘으로 규정한 것이다. 결국 가혹한 고문과 처형이 뒤를 이었다.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이런 대처 방식이야말로 유럽문명의 가장 특이한 현상 중 하나이다.


교회 권위 제고하고자 교리상 혁신 과정 중 새롭운 적 규정?

국가의 정당성 확보 및 지배력 강화? 영혼까지 장악?

남성 중심적 가부장 문화의 교착과 중 여성성 자체 억압하려는 무의식적 공격의 발로?

지방 권력 투쟁 과정에서의 우연?


현재 마녀사냥은 가장 대표적인 학제간 (interdisplinary) 연구 영역


마녀사냥의 기본적인 면모


희생자 수: 1400~1774 (15세기부터 18세기 후반)년 사이 유럽과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10만 명 정도가 기소되었고, 그 중 5만 명 정도가 처형되었다.

지역: 50% 신성로마제국 영토 내_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동유럽, 스칸디나비아.  유럽 전역이나, 중심지 따로 존재.

최악의 사태 : 엘방엔, 뷔르츠부르크, 밤베르크 같은 독일의 작은 교회령. 교회와 국가가 특수하게 결합.

대게 중앙 권력이 미약하고 사법제도가 미비한 곳에서, 자의적이고 억압적인 사태가 벌어질 공산(어떤 상태가 되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확실성의 정도. )이 크다. 마녀 재판 역시 엄연한 사법 재판.


민중 문화 vs 엘리트 문화

기본적으로 마녀사냥은 세속 당국과 교회라는 상위 기구가 일반 민중들의 종교적 오류를 바로잡겠다며 가한 억압의 성격을 띤다. 지배문화가 위로부터 규율을 강제하여 아래의 민중 문화를 공격? 지나치게 일반적.

마녀사냥의 주체가 전적으로 외부 세력만은 아니었다. 마녀재판이 성공하려면 주민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누군가가 이웃을 마녀로 고발을 하고 여기에 필요한 증언. 즉 공동체 내부의 갈등 전재. 마녀사냥은 국가와 교회, 마을 공동체 간의 복합적인 관계 속에서 발전.


마녀 개념 형성에 주목.

인류의 구원을 방해하려는 악마의 계획을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초자연적인 힘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악마의 하수인이라는 존재는 정말로 특별한 개념이다. 지성사-문화사-사회사.


유럽 문명의 특성을 분석.

최고의 선과 정의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구현하는 종교과 국가의 발전을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역으로 가장 심각한 악과 불의를 어떻게 규정하고 공격했는가 하는 네거티브의 관점에서 접근.

유럽은 일견 죄와 참회의 문명이다. 그 기이한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1. 유니우스의 비극


다음은 일화의 형식으로 제시되었으나, 많은 부분에서 전형성을 보임으로 요약하는 중에 문장을 그대로 발췌하는 경우가 많았다.


1628, 6, 30 첫고문.

마녀사냥이 가장 극심했던 곡 중 하나는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밤베르크 시다.

희생자는 다름 아니라 이 시의 시장을 역임했던 요한네스 유니우스 Johannes Junius 라는 인물이다.


마녀재판소는 본격적으로 고문을 통한 조사를 하기 전에 피고를 압박하여 그가 악마가 주관하는 마녀 집회, 즉 사바스에 갔다는 사실을 자백하라고 강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판소는 차례로 증인들을 불러와 대질시킨다.


서술은 무심한 듯 이어지지만 그 행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들은 순순히 자백하기를 거부하는 피고에게 차례로 더 심한 고문을 가하는 중이다.

문서에는 피고가 통증을 느끼지 않았다고 기록한다. 악마와 한편인 마녀-마법사는 고문을 가해도 악마의 도움을 받아 통증을 느끼지 않고 잘 버틴다는 것이 당시 재판관들의 생각이었다.
고문 끝에 자백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꼼짝 못하고 마법사로 몰려 결국 화형대에서 불타 죽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만일 이를 악물고 고문을 이겨내면 그 자체가 악마의 도움을 받는 증거로 여겨지고, 결국 더 끔찍한 고문을 받게 된다.


짐작할 수 있듯이 마녀재판에서 고문을 가하는 이유는 정말로 피고가 마법사인지 아닌지 알아보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 그가 마법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상태에서 다만 피고의 자백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두 번째 고문에서도 자백하지 않자 피고의 몸에서 직접 증거를 찾아낸답시고 온몸을 뒤지다가 그의 몸에서 푸르스름한 점을 발견했다. 소위 마녀표식을 찾아냈다는 주장이다.


마녀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피고가 자신의 ‘영혼 내부로부터’ 자백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문을 가하여 자백을 이끌어낸 다음에는 그 내용을 정리해서 읽어주고 피고가 자발저긍로 인정한다고 승인하는 절차를 밟는다. 참으로 가증스러운 방식으로 형식적 정당성을 확보해두는 것이다.

교회는 영혼을 구원하는 일을 하지 처벌을 할 수는 없으므로, 파멸에 이른 자를 처형하는 것은 대개 세속 당국의 일이다. 종교 당국과 세속 당국은 이런 식으로 분업을 하고 있었다. 이 문건에는 그런 기록이 없지만 흔히는 마녀재판소가 마녀 혐의를 확인한 피고를 세속 당국에 넘겨 사형에 처하도록 하면서도 형식적으로는 그를 사면해 달라는 인자한 말을 덧붙이기도 한다. 물론 그것은 자신들을 관대한 인간들인 척 포장하려는 위선에 불과하다.


2. 유니우스의 비밀 편지.


유니우스는 구금상태에서 자기 딸 베로니카에게 쓴 편지를 감옥 밖으로 몰래 빼돌렸다. 이 편지에서 그는 자기가 자백한 내용이 모두 악독한 고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말한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근본적인 의문 : 재판관들은 정말로 유니우스가 악마의 하수인으로 사바스에 참여하고 온갖 사악한 일들을 했다고 믿었을까? 아니면 사실은 유니우스 혹은 다른 피고들 대부분이 무고한 사람인 줄 뻔히 알면서도 고문을 가하며 거짓 자백을 얻어내서 참혹하게 처형한 것일까?


과거 마녀재판의 광기가 휘몰아치던 당시 사람들은 과연 이런 일들을 사실로 믿었단 말인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재판관들은 자신이 악마의 세력에 대항하여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뜻을 지켜내는 정의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하느님을 믿는 자가 악마의 존재를 믿는 것은 당연하다. 악마 없는 신이란 그림자 없는 존재처럼 성립하기 힘들다. 그럴진대 악마의 하수인들이 준동하여 이 세상을 엄청난 위험에 빠뜨리려는 시대에 자신들이 악의 세력을 뿌리 뽑아 세상을 지켜내는 신성한 의무를 수행한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믿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적어도 그는 이 재판이 결코 공평정대하지 않으며, 고문을 통해 허위로 죄를 조작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악랄한 거짓의 무대에서 자신이 맡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중이다.


분명 모든 사람이 마녀사냥의 허구를 있는 그대로 믿지는 않으며 적어도 일부 사람들은 열린 틈새를 통해 또 다른 진실을 보고 있지만, 그럼에도 시대의 거대한 흐름은 정해진 방향대로 도도히 흘러갔다.


3. 정의의 이름으로


추악한 범죄 행위를 한 당사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는 동시에 주민들이 두 번 다시 그런 행위에 동조하지 못하도록 겁박하기 위해서는 만인이 보는 앞에서 가장 참혹하게 죄인 처벌. 참수형이나 교수형이 아니고 화형, 익사형.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들이 정의의 이름으로 거행되고 있다. 온통 미개의 암흑에 둘러싸인 듯한 이 세계는 대체 어떤 곳인가?


앞서 언급한 사례들을 반추해 보자.


악마와 성관계를 맺고 아이를 잡아먹었다는 죄로 페로네트를 발갛게 달군 쇠 위에 앉게 한 다음 화형에 처한 것은 15세기 프랑스에서 일어난 일이다. 유니우스 시장이 염소로 변한 악마의 꼬임에 빠져 악마의 연인이 되고 개로 변한 악마를 타고 마녀집회에 참석했다는 혐으로 화형에 처해진 것은 17세기 독일에서 일어난 일이다. 말하자면 근대 유럽 세계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르네상스와 과학혁명의 시기를 거치고 곧 찬란한 계몽주의의 빛이 온 세상을 환히 미춘다고 하는 근대 유럽의 중심 지역들에서 암흑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빛나는 문명의 이면에 야만의 심연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4. 마녀의 잠정적 정의


1. 악마와의 계약 (기독교 배교)

2. 악마와 성관계

3. 날아서 이동하는 능력

4. 악마가 주관하는 모임(사바스)에 참석

5. 사악한 위해의 행사

6. 아이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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