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서구 문명은 왜 마녀를 필요로 했는가’ (주경철 저, 생각의 힘) 발췌본입니다.
오랜기간동안 굉장한 흥미를 느꼈던 분야인 마녀에 관해 주경철 교수님이 잘 정리한 비교적 최근에 낸 책입니다. 책 자체가 여러 부분에서 매우 좋아 거의 발췌를 했습니다. 중요한 문장이라 생각하거나, 제가 평소에 잘 쓰지 않거나 모르거나 맞춤법을 헷갈리는 단어는 볼드처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내용을 외우거나, 국어 능력을 함양하고, 요약 능력을 훈련하기 위함입니다.
혹시 저작권상 문제가 된다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마녀사냥은 유럽 문명 발전의 궤적에서 한때 잠깐 일탈했던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문명의 내부에서 필연적으로 자라나온 현상이다.”
기독교화와 마술.
기독교는 로마제국의 공인 이후, 교리를 정립하고, 자신의 세력 범위를 넓히는 과정 중에 민중신앙을 이단으로 규정한다.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에도 기독교는 타 종교로부터 여러 박해를 당한다. 기독교는 세력을 점점 확대시키며, 로마 내의 유일한 합법 종교가 되자, 이제껏 당했던 비난을 다른 종교들에게 그대로 돌려주기 시작한다. 기독교 교리는 기독교와 별개로 존재하거나, 기독교 이전부터 존재하던 민중신앙 및 타 종교를 이단으로 규정하며 형성된다. 그러나, 민중과 깊게 연관되어있는 초현실적 존재에 대한 믿음이나, 주술들을 철저하게 배척, 공격 나아가 근절하긴 어려웠다.
아우구스티누스(354~430)는 ‘신국’에서 초자연적 행위는 악마적 혼령에 의한 것이 분명하니, 이에 대해 보다 명확한 입장을 취할 필요를 역설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악한 영들의 힘은 인간을 다른 동물로 변화시키는 등의 일을 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즉, 극도로 위험하지는 않다는 결론. 그러나, 422년엔 완수한 ‘기독교 교육론, De doctriana christiana’라는 책을 보면, 기독교의 신이 아닌 다른 신, 악마를 경배하고 그 힘을 이용하는 것이 미신이고 마술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그러나 그런 사술邪術을 조롱거리로 묘사하나, 제반의 비-기독교적 신앙을 악으로 규정하며 그들이 비록 미약하나, 결코 방치해도 좋은 존재가 아님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캐논 에피스코피 (기독교의 공식 종교 법령집)’, “주교들과 주교의 관리들은 악마가 만들어낸 사악한 이단 마술을 전력을 다해 자신의 주교구에서 뿌리 뽑아야 한다”는 내용. 그러나, 악마 연회의 사실성 부정. 환상이라 규정. 육신이 실제로 이동한다 믿으면 오히려 그것이 이단- 이교의 증거가 될만큼. 반기독교 세력에 대한 공포가 극대화, 교회가 적극 나서서 대응할 것을 주장. 필경 당대 유럽 분위기를 반영. 10세기까지 유럽 중심부는 바이킹, 이슬람, 마쟈르족 등 강력한 외부 세력 침략 받아, 질서 근본적으로 흔들림. 그 결과 카롤링(기독교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성의 구현체.) 제국 체제가 내부적으로 붕괴 시작, 중앙 권력 약화, 지방 귀족 세력 증대. 사회 경제 종교 모든 면에서 혼란 초래.
민중 신앙과 마술
중세 악마는 코믹한 수준.
‘야간에 동물과 함께 이동하는 혼령의 무리’ 모티브, 베네단테 benanadante, 곡식을 지키기 위해 사악한 마녀들과 싸움을 벌인다. 밤의 전투, 풍요제. 1618, 마리아 판초나 재판. 재판관들은 베난단테를 마녀와 동일시, 밤의 전투를 교회법학자들이 만들어낸 사바스로 만드는 과정이 완성되었다. 기독교의 표피 아래 이런 고대적인 믿음이 면면히 이어져 왔을 터이지만, 결국 교회의 공격을 받아 악마 숭배로 몰리게 되었다.
네크로만시necromancy는 원래 죽은 혼령을 불러내서 산 사람이 알지 못 하는 사실을 알아내는 점복술의 일종이었으나, 곧 악마와 소통해 지극히 사악한 일을 행하는 후대의 마녀들이 사용하는 마법으로 해석되었다. 민중 신앙과는 다른 고급 마술, 공부와 수련을 통해 달성하는 박식한 마술.
권위의 확립과 이단 – 대권大權과 大罪
서기 1000년 이후 유럽 문명은 더 응집성 있게 조직되어 갔는데, 그것은 곧 권위의 성립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국가와 교회가 확고하게 자기 정립, 그 흐름의 선두에 선 것이 교황청이었다. 소위 ‘교황혁명’은 장기적으로 유럽 문명을 일신하고 재구성하는 중요한 계기.
1.
카노사와 수도원 개혁 운동
중세 전반기에 서임권은 교황도 황제도 아닌 지방 귀족의 수중에, 성과 속을 엄격히 구분하려고, 10세기 후반, 수도원 중심의 개혁 운동. 남녀간 결합 엄격히 규제, 속인들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는 교회의
자유 주장. 교황 그레고리 7세, 클뤼니 수도원 출신 이런 자유 더욱 확대. 하인리히 4세 반대. 카로사의 굴욕.
2.
교황혁명
정면 맞대결, 서로 폐위. 교황이 남부 이탈리아에
주둔 중이던, 전투. 교황 객사. 1122년, 보름스 협약, 양자가
성직 임명 권한 공유, 양측 모두 거부권 행사.
교황은 법의 해석자, 최고의 판고나, 최고의
행정관. 법의 힘, 법은 권위의 원천이자 통제 수단. 이론과 칙령. 라테라노에 소집한 공의회 (1123, 1139, 1179, 1215) 기독교 세계 전체 단위의 총회.
성직자 독신제, 성직 매매 소멸, 보편 교회the Church. 성립. 교회 내규뿐만 아니라, 세례, 교육, 구빈, 혼인, 가족, 이단-마술 금지, 성범죄, 고아
과부 병자 노인의 보호, 그리고 신탁이나 계약 문제 등 민법 사항까지 포함. 삶을 규정하는 포괄적 틀. 교회국가Kirchenstaat로 격상
3.
대권과 대죄
7죄종septem peccata capitals(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나태)보다 십계명 중요. 우상
숭배가 최악의 죄가 됨.
고해성사 신민들의 완전한 복종. 마음속의 어두운 측면이 하나도 없도록 비밀을 털어놓게. 후일 마녀재판에서
자백이 결정적 증거가 되고, 그 때문에 고문을 통한 조사가 빈번해진 것도 이와 관련.
4.
이단
위에서 교회와 국가 조직의 강화라는 구심력 강화 = 아래에서 그런 조직에 포함되기를 거부하는
원심력 강화
이단heresy 운동, heirein 자유로운
선택. 어떤 교리를 강제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무력이 필요한데,
무력은 대개 국가가 제공하므로, 결국 이단 문제는 국가 권력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대표적인 중세 이단: 왈도파와 카타르파.
왈도파: 12세기경 부와 빈, 그러니까 성속
가치 간의 갈등과 긴장이 고조된다는 것을 암시. 카타르파(알비-프랑스 남부 알비 지방 근거-파):
왈도파보다 더 극단적, 물질세계 자체를 악마화. 엄격한
금욕생활.
영적 믿음의 통일성이야말로 지배 체제의 가장 중요한 기반. 알비 십자군 조직하여 가혹한
진압.
5.
교황청의 대응: 라마의 소리
지식인층 내에서도 기독교 교리에 어긋나는 비술에 대한 탐구 경향. 다양한 원심력에 교황청은
큰 위협을 느껴, 마녀 집회 개념 수용 시작.
교황 그레고리우스 9세 (재위 1227~1241), 라마의 소리Vox in Rama: 사바스 개념
수용 시작. 사악한 마법을 개인적이 아닌 파당을 이루어 행한다고 묘사.
反미사. 민간 신앙의 마녀가 정식으로 악마의 숭배자이자 하수인으로 업그레이드되기 시작. 이 세상에 악마가 심대한 영향을 미치려 하며 그를 좇는 사악한 인간들이 모여 파당을 이루고 있다는 개념이 널리
퍼지기 시작.
마녀 개념의 도약
유럽사에서 14~15세기는 위기의 시대다. 이 시대에는 전쟁, 기근, 질병이 동시에 터져 중세 유럽 문명이 좌초할 뻔한 상황에 빠졌다. 백년전쟁, 페스트, 대기근으로 인구 격감, 농업 황폐화, 사회체가 흔들림. 정신문명 역시. 가톨릭 교회가 구원자가 아니라 위기의 근원이 되기 십상. 기존 질서 맹렬히 비판하는 움직임과 이에 맞서 교회와 세속 권위를 다시 지켜내려는 움직임이 함께 일어났다. 이 흐름 중 한 갈래로 이단 이교에 대한 공격이 강화. 이단에 대한 크나큰 두려움이 마녀에 대한 공격으로 변질되었고 마녀 개념 확산.
1.
교황청의 공포.
지식인 계층. 점성술이나 연금술 등 박식한 마술 유행. 형식ㅚ와
동일시. 적으로 교회 의식과 유사. 14세기 반전, 1320년 교황 요한 22세는 마녀 자체를 문제 삼아 조사하는 종교재판소를
최초로 허락, 흑마술을 이단 men majetis 동일시하는
내용의 교리 정비. 대역죄cri 판정.
이단이란 신앙의 오류, 환상이라는 기존의 해석에서 사악한 방식으로 초자연적인 힘을 빼돌리는, 이 세상에 실제적인 해악을 끼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마녀 개념의
신학적 기초.)
악마 계약이 막연한 신화적 이야기가 아니라, 이 세상에 실재하는 현상으로, 현재 우리를 위협하는 즉각적인 문제를 설명하는 틀로 수용됨.
2.
지침서들.
대응, 1320년대 이후, 우골리노 잔키니는
로마법과 교회법에 근거하여 마술과 예언을 판정하는 책 출판. 단순한 마술 행위, 심지어는 손금을 보는 정도의 단순한 행위까지 악마의 힘이 개재된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3.
카이틀러 사례
1324년 아일랜드의 킬케니Kilkenny 지역에서 앨리스 카이틀러라는 부인과 아들 윌리엄
아웃로 그 외에 10명에 대한 조사. 조직화된 흑마술 집단에
대한 이 나라 최초의 조사 사례. 가정 내 문제, 사회 갈등이
돌연 이단과 마녀 문제로 전환.
4.
전환점.
15세기에 들어서 마녀 개념은 결정적인 도약. 마녀들이 악마 숭배를 하는 야간 집회, 사바스 스테레오타입화. 마녀의 가장 특징적 현상으로 변모.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녀라고 하면 곧장 밤에 빗자루를 타고 날아서 한곳에 모여 춤추고 방탕한 성교를 벌이며
아이를 잡아먹는 모습을 연상한다.
‘집단개념Kollektivbergriff’ - 배운 사람들 머릿속에 이단과 마술이 혼융되었다. 핵심은 악마계약. 19세기 독일 지성계의 영향. 일관된 단일 형식 상정.
but, 실상은 다르다. 다수의 신화들 multiple
mythologies 존재한다고 본다. 각 지역의 마녀는 서로 다르다.
15세기 중엽에 와서도 마녀들의 비행을 주장하긴 쉽지 않음. 그러나 악마적 행위인 마술은
이단과 완전히 동화되었다.
지난 시대의 일상의 마술과는 차원이 다른 악마적인 파당이 ‘발명’
교회와 국가가 나서서 악을 징벌하는 현상은 광기에 찬 이미지이지만, 진리를 추구하고 그것을
어기는 힘에 대해 아주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철저하게 목표를 향해 효율적으로 권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의 근대성의 한 측면을 읽을
수 있다.
개미나라
1. 1430년대의 도약.
1437, ‘카타르 일당의 오류 errorres
Gazariorum’ 문건에는 요한나 바칸다 Johanna Vacanda 라는 사람이 예로
나온다. 로렌초 성인의 날에 화형당할 때 그녀는 외손자를 죽여 다른 여인과 함께 먹었다는 사실도 공중
앞에서 고백했다. 정형화된 사바스의 모습이 거의 완벽하게 드러나 있다.
이는 단순히 지식인이나 종교인의 상상 속 이미지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혐의자를
체포하고 또 아마도 고문을 통한 조사를 통해 연관된 사람의 이미지를 불게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마녀사냥이
시작된 것이다.
Claude Tholosan 사명감을 가진 법관. 국가의 우위를 주장하는 시각에서 마녀 문제에 적극 개입하고 또 악마론을 썼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띤다. ‘마술사들과 마법사들의 오류’ 마녀들을 특별한 믿음 체계를 가진 종파로 파악. 주목할 사항은 마녀들의 몸이 실제 변신하여 사바스에 간 것이 아니라 밤에 꿈속에서 이동한다고 본다는 점. 마녀의 비행이 정말로 가능한지 여부는 여전히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 상태였다. 물론 몸이 직접 이동하지 않았다고 해서 죄가 가벼운 것은 아니며, 악마를 추종한 것은 형식을 떠나 지극히 위험한 죄다.
다수의 메뉴얼들이 준비되고 출판되고 또 확산되는 데에는 아마도 바젤 공의회
(1431~1439)가 중요한 계기였을 것으로 보인다. 대분열 문제 놓고 격론. 새로운 종파 문제 심각하게 제기. 전 유럽의 종교 대표들이 스위스에
모여들었다. 악마적 파당에 대한 논의. 더구나 이곳은 과거
이단의 잔존 세력이 강했고, 여기에서 이단과 마녀가 혼동되며 악마화되는 움직임 시작.
2. 개미나라.
1430년, 요하네스 니더Johannes Nider 개미나라, 마녀 개념 정립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
게으른(신앙이 게을러서 의심이 많다.) 학생 Piguer 가 질문 제기하면 도미니칸 신학자Theologus 가 응답하는 형식.
죽은 혼령들 무리가 동물을 타고 밤에 이동하는 민중 신앙 이야기.
이 혼령들이 반드시 악마는 아니다.
신학자는 신의 용인들 받아 가끔 혼령이 거처를 떠나 사람들에게 현현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산 사람들에게 겁을 주고, 혹은 연옥에 갇힌 혼령이 그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네크로만서는 죽은 혼령을 불러 점복을 하는 자로부터 어느덧 죽은 혼령의 힘을 이용해 훨씬 더 사악한 행위를 하는 자로 변모했다. 이렇게 하여 악마의 힘을 빌려 사악한 일을 하는 마녀 개념이 형성되는 이론적 길을 터준 것이다.
민중 마술과 네크로만시 류의 박학한 엘리트 마술이 따로 존재했는데, 교회와 국가기구가 엘리트 마술을 악마적인 마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민중마술들도 악마적인 술수로 혼동되어 탄압받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개념이 이단 잔존 세력을 쳑결하려는 움직임과 결부되며 더욱 강화된 것이다.
매우 단순한 상징적 동작만으로 마녀-마법사들은 악마의 힘을 사용. 이미 악마 숭배등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통해 악마와 통하는 자가 되어 있기 때문.
마녀가 상징적 행위를 통해 악마의 힘을 이 세상에 풀어놓지만, 그렇다고 악마가 우주의 주인이어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아니며, 오직 하느님의 힘을 사악하게 빼돌려 사용할 뿐이다. 그렇다면 하느님은 악마나 마녀의 사악한 행위를 모르고 있든지 혹은 알면서도 막지 못하는 것일까? 그럴 수는 없다. 하느님은 전지전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마녀가 행하는 사악한 행위는 하느님이 일어나도록 ‘허락’한 결과이다. 왜 그런 사악한 일들이 일어나도록 하느님이 허락했단 말인가? 신의 용인 divine permission 이라는 논증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3. 반여성성
마녀사냥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여성 희생자의 비중이 대단히 크다는 점이다.
흔히 마녀사냥 현상이 여성에 대한 공격이라는 분석을 많이 한다. 그런데 과연 그 주장이
맞는지,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언제부터, 또 왜 그런 경향이
생겨났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개미나라(요하네스 니더 저)’는 마성을 띤 여성이라는 편견이 15세기 초반에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이 문제의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니더는 여성성의 문제를 성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가 보기에 여성은 욕망에 휘둘리는
약한 사람들이다. 달리 표현하면 유혹에 굴복한 사람들은 ‘여성적인’ 반면 신에게 선택된 사람들은 ‘남성적이다.’ 더 일반적으로 말해서 사랑의 욕망은 악마적인 현상에 속한다. 사랑은
어디까지나 종교적 의미에서만 긍정적이었을 뿐, 남녀 간의 사랑, 특히
육체적 사랑은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었으며, 심지어 ‘악마적’이라고 비난받았다. 악마는 상상력,
판타지, 그리고 생식력에 힘을 가하여 여성을 사랑의 포로로 만든다. (…) 그러므로 덕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여성적인 욕망을 다스려야 하는데, 그럴 때 신과 천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니더의 논지는 극도로 반여성적 진술들로 이어진다. ‘여성은 우정의 적, 피할 수 없는 고통, 필요악, 자연스러운 유혹, 탐스러운 불운, 집안의 위험, 매혹적인 재앙, 예쁜 색으로 칠해진 악의 현실’이다. ‘여성의 눈물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진정한 고통의 눈물, 다른 하나는 계교의 눈물’이다. ‘홀로 생각하는 여성은 나쁜 생각을 하는 중이다.’ 그러니 ‘여성과는 결혼하지 않는 게 나으며’ 차라리 ‘사자나 용과 함께 사는 것이 여자와 함께 사는 것보다 낫다.’ 그는 결론을 이렇게 맺는다. ‘여성의 모든 악덕의 기본은 그들의 본성에서 비롯되었다.’ 충격적일 정도로 솔직하게 반여성성을 드러내는 이 내용은 후일 ‘말레우스’ (전 유럽적 차원에서 이 텍스트를 기반으로 마녀 논의를 하고 또 이 내용을 근거로 마녀를 처형)에서 다시 반복된다. 악의 대변인인 마녀가 대개 여성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져 갔다.
여성의 본성이 사악하고 악마에 속기 쉽다는 것이 결국 여성이 악마의 하수인이 되는 근거로 작용한다. 이전에 극히 위험한 마술인 네크로만시를 수행하던 사람은 주로 ‘남자’이고 ‘학자’들이었다. 그러나 여성의 본성이 악마와 통한다는 사실이 성립되면 악마와 소통하기 위해 네크로만서처럼 복잡다기한 의식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여성은 본성적으로 악마에게 굴종하는 존재이므로, 사전에 악마와 통하여 쉽게 계약을 맺는다. (…)
여성은 악마의 희생자로부터 적극적은 동조자로 변모했다. (…)
1350년 이전 악마적인 사악한 행위 maleficium 에 대한 재판 대상자 중 70%가 남성이고 30%가 여성이었는데, 14세기 후반에는 남성 대 여성 비율이 42%대 58%가 되었다. 이후 여성 비율은 갈수록 늘어나 15세기에 60~70%, 그리고 16~17세기로 가면 80%로 변한다. 마녀사냥이 본격화되었을 때에는 악마의 하수인으로는 여성이 대다수가 되었다. (Bailey, 86~87) 사실 여성성이 악마와 소통하기 쉽다는 주장이 이전에 없던 것은 아니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를 근거로 하여 저열한 여성성이 악마 계약으로 통한다고 정식화했다. (여성성이 마성과 통한다는 견해가 공식적으로 부인된 것은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1962~1965년)에 와서의 일이다.) 이런 고전적 전거가 이제는 명료한 사실인 것처럼 굳어지고, 실천의 지침이 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 중요하다.
민중신앙을 이단으로, 나아가 악마로 규정하는 종교나 권력은 흔하지 않다.
Bailey, Michael D., ‘From sorcery to witchcraft: Clerical concemptions of magic in the late Middle Ages,’ Speculum, vol.76, 2001.
<규제학 – 개념, 역사, 전망> 홍성수 (0) | 2016.1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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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적 절대주의- 토마스 홉스의 국가철학과 법철학에 관하여/ 윤재왕 (0) | 2016.10.23 |
‘마녀, 서구 문명은 왜 마녀를 필요로 했는가’ (주경철 저, 생각의 힘) 발췌 (1) (0) | 2016.09.07 |
Guns, Germs, and Steel. Part 1 From Eden to Catamarca. <책정리> (0) | 2016.08.29 |
총, 균, 쇠. 제라드 다이아몬드 <독후감> (0) | 2016.08.29 |